미디어파인
강간으로 인한 ‘정신적 상해’, 강간치상죄 구성까지?
작성일2023-08-14
[미디어파인 시사칼럼] 성범죄로 법정 다툼시 상해 발생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경우는 빈번하다. 상해를 동반하는 강간치상 및 강간상해죄는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부과되는 것에 반해, 강간죄는 최소 3년의 징역형이 부과되고 피해자와의 합의 등을 통해 집행유예의 선처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사건이 강간죄로 기소되느냐, 강간치상죄나 강간상해죄로 기소되느냐는 굉장히 다른 재판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강간치상과 강간상해의 구성요건이 되는 ‘상해’에는 신체적인 상해뿐 아니라, 정신적 상해도 포함된다. 대법원은 상해에 관하여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반드시 외부적인 상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고, 여기서의 생리적 기능에는 육체적 기능뿐만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732 판결 참조]. 법원의 위와 같은 판단은 성범죄의 특성상 성범죄 피해를 입은 이후 피해자가 상당기간 PTSD와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여러 정신적인 질환을 앓는 등 심각한 피해까지 입는 경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강간치상죄의 인정 범위를 넓히는 대법원의 판단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도 있으나, 비판적인 의견 또한 존재한다. 강간죄 등 성범죄는 기본적으로 정신적인 피해를 동반하기 때문에 징역 3년 이상의 징역형이 규정되어 있고, 벌금형이 없을 정도로 중하게 처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범죄와 수반되는 정신적인 피해를 새로운 법익의 침해로 보아 강간치상이나 강간상해죄의 상해로 본다는 것은 자칫 이중처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헌법에서 규정하는 과잉금지원칙을 기초로 한 범죄와 형벌 사이의 비례성의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는 성범죄를 엄단하기 위한 정책적인 판단이 오히려 과도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이다.
특히 성범죄에서 정신적 피해를 상해로 인정하기 위한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은 정신적 상해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강간으로 인한 정신적 상해 발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피해자의 그 범행피해 전의 신체상태, 각 병원 방문 경위, 치료내역, 구체적인 증상과 원인, 진료의뢰서의 작성 경위, 치유결과 등이 상세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때의 기준은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 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토대로 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4606, 판결 참조].
신체적인 상해와 달리 ‘정신적인 상해’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입증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던 영역이다. 피해자가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고 해도 이가 강간으로 인해 유발된 것인지 증명하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최근 대법원의 판례에 대해 이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검사출신변호사로서 “정신적 피해를 강간치상죄의 상해죄로 인정하는 데에는 분명한 기준과 판단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특히 강간치상죄와 강간상해죄의 법정형이 일반 살인죄보다 더 높은 만큼, 이번 최신 판례를 통해 확인된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인 상해의 판단기준이 향후 강간치상과 강간상해 성립 여부 판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판단기준이 제시되었다고 해도 이 기준에 따라 탄탄한 법리를 구성하는 것은 변호사의 역량에 달린 영역이다. 피해자 또는 피의자로 강간치상 재판을 앞둔 경우라면, 성범죄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검사로서 다수의 성범죄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재판한 경험은 사건의 흐름을 읽는 능력과 변호 역량의 차별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최근 대법원 판례가 향후 강간치상 혹은 강간상해죄에 있어 정신적 상해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이고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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